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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저번주 목요일 레미케이드 1차를 맞았다.
잠깐 지나가고 말 것이라고 느꼈던 항문통증은
작년 2월부터 날 계속해서 괴롭혔다.
이런 항문통증이 레미케이드 1차 맞고 바로 다음날부터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놀랍게도 치루 수술한 부위가 4개월가까이 아물지 않고 농이 계속 나왔는데
레미케이드 1차 맞고 난 뒤부터
농도 거의 안나오는 상태이고 통증 또한 거의 사라진 상태다.
?????????????
지옥같은 항문통증의 끝은 어디일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터널은 단 하루의 꿈처럼 눈 떴더니 사라졌다.
정말 정말 간절히 바랬던 소원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이뤄지니 허망함이 내 배를 채웠다.
너무나도 좋지만 소름 끼치는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도대체 레미케이드 생물학제제는 어떤 약이길래 이런 효능을 발휘하는 걸까?
괜히 레미케이드 맞기 전에 절차가 까다로웠던걸 생각하니
어느정도 납득이 가면서도
어쩌면 내가 겪은 1년 6개월의 고통은 이 하나를 위한 과정이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배부른 소리 그만하고
현재 컨디션이 너무 좋다.
레미케이드를 맞은 저번주 목요일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바로 운동을 시작했고
이번주 월요일부터는 다시 헬스장에 가서 런닝을 뛰기 시작했다.
잔잔한 파도인 줄 알았던 것이
쓰나미였던 나의 항문 통증은 이제 끝이 난 걸까?
그건 나도 모른다.
언제든지 아픔은 노크도 하지 않고 매너 없게 방문을 연다.
하지만 난 이제 그런 아픔을 온몸으로 맞이할 준비가 됐다.
마치 반가운 손님이 와서 식사를 함께하고 다시 헤어지는 것처럼.
그나저나 난 이번 아픔을 통해 내가 천운을 타고난 사람이란 걸 알았다.
인생은 운일까? 노력일까?
이러한 어려운 질문에 학창 시절 때 나는 오직 노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문인게 그렇게 생각한거 치곤 노력을 별로 안했다;;)
운도 정말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은 노력을 해서 혼자 일궈내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이러한 물음에 답이 달라졌다.
인생은 99.99프로가 운이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난 무엇하나 내 힘으로 이룬 게 하나도 없었다.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것
좋은 시대에 태어나 희귀병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약이 존재하는 것
그런 약을 사줄 수 있고 너무나도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한없이 바보 같은 부모님을 둔 것
이 모든 것은 운이었다.
이 타고난 운을 가졌기에 난 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지 않기엔 내 운은 나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거 같다.
몸이 그래도 좋아져서 행복하고
부모님에게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갑자기 쓰다 보니 무슨 상 탄것 마냥 수상소감을 읊는 것처럼 작성했지만
건강만 한 상이 어디 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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