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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독후감

[서머싯 몸] 면도날

안톨리니 2023. 4. 25. 11:19

날카로운 면도칼의 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그러므로 현자가 이르노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니라.

 

날카로운 면도칼의 날을 넘어 설만큼

굉장히 어려운 마치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면도날의 등장인물 중 래리는 그것과 마주하게 된다.

 

마치 칼로 된 거대한 절벽을 마주 보며 이 절벽을 넘어야 한다는 사념에 휩싸인 채

그는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도전한다.

 

그런 모습들은 일반적인 궤도에서 벗어나 남들에겐 이해하기 힘든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시선 따위는 상관없다.

래리에게는 오직 그 산을 넘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래리는 많은 것에 도전을 하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간다.

 

여러 곳을 여행해 보고 광산에서 고된 일도 해보며

미친 듯이 공부도 해봤다.

 

결국 래리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수행을 끝마치고

원래 자신이 살던 미국으로 돌아가며 평범한 삶을 살아나가겠다고 말한다.

 

끝이 아닌 연장선이었고

사실 끝은 어쩌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절대 풀 수 없는 절대 넘어설 수 없는 무언가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래리는 그 무언가의 영역에 가까운 상태로 보였다.

나에게 보였던 그의 모습은 적어도 속세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그러한 수행길에 오른 것부터 그는 적어도 속세에서 벗어났다.

무의미함에 꽃이 피고 향기로워질 때쯤

그가 가장 큰 해답을 얻은 게 아닐까?

 

특이하게도 지금까지 읽은 서머싯 몸의 세 작품의 등장인물인

<달과 6펜스> - 스트릭랜드

<인간의 굴레에서> - 필립 케어리

<면도날> - 래리

이 세 명이 하나로 보일 정도로

각 작품 속에서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

 

어쩌면 이 세 사람은 서머싯 몸이 실제로 봐왔던 사람이자 본인이며

자신의 인생철학을 끊임없이 변형시켰고 그러한 과정 속 모습들을 투영한 상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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