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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필자는 희귀병을 2개 가지고 있다.
하나는 크론병
다른 하나는 낭포성 섬유증(보인자)
참고로 낭포성 섬유증은 굉장히 위험한 병이지만
다행히 필자는 완벽한?? 낭포성 섬유증이 아니라서
췌장만 다른 사람들보다 기능적으로 떨어진다.(그래서 한때 췌장염이 자주 발병하곤 했다.)
그리고 크론병은 그냥 간단하게 일반 사람들보다 장이 조금 안 좋다.
16살에 치루 수술로 크론병을 확진받았고
7년이 지난 지금
3주마다 소량의 항암제를 맞고 한 끼는 밥 대용인 모노웰이란 장질환자용 가수분해 식품을 먹으면서
가진 것에 매번 감사하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크론병으로 인해 몸이 조금 더 악화되었다.
배가 아파서 아산병원에 들렸고
대장조영술로 내 몸의 상태를 확인했다.
대장과 소장이 연결되는 부분이 염증이 심하고 협착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
수술로 절제하지 않는 이상 그 부분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른 장쪽은 괜찮은 거 같았다.
진료받았을 때쯤은 아픈지 3주가 지난 뒤라
다행히 통증이 엄청 심하진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일단 수술을 보류했다.
하지만 언제든지 아프면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병과 함께하면서
위가 아닌 아래를 보는 법을 터득했고
그 배움은 날 너무나도 낙관적인 사람으로 인도했다.
하지만 최근에 몸이 안 좋아지자 마자
기반을 돌로 쌓은 성처럼 단단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낙관적인 마인드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돌인 줄 알았는데 모래였나 보다.
자꾸 가지지 못한 것에 눈이 돌려지고
내 창창한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낀 거 같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심적으로 많이 우울했고
잠시 나에겐 혼자 있어야 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가족들이 보고
너무나도 아파했다.
나 혼자 아프고 싶지만
내가 힘들면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존재들 또한 힘들어진다는 사실이
난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아직 만으로 21년 차인 내 인생에 가장 큰 스트레스다.
이런 사실을 알면은 아프고 힘들더라도
긍정적이고 떳떳해 보여야 하는데
말이 쉽지 막상 상황이 닥치면 이미 나 자신을 잃은 상태가 되어있다.
절대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또 다른 내가 이미 자리 잡았다.
그렇기에 최근에 아픈 것도 뭔가 죄처럼 느껴졌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유명한 책에서 나온 말 중
"삶은 고해다"라는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선택하지 않은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앞길 가야만 한다는 것.
그 길에는 수많은 행복과 동시에 고난도 있지만
피할 수 없다는 것
피할 수 없음에 이왕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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